퇴근 후, 만원 지하철이었다. 큰 키, 단정한 차림새의 할아버지가 바로 앞에 서계셨다. 할아버지는 선로를 따라 움직이는 기차에 이리로, 저리로 흔들리셨다. 서있던 사람들이 빠진 후에는 저 멀리 문 옆 기둥에 몸을 기대셨다.구석에서 벽을 바라본 채로. ‘곧 내리셔서 그냥 서계시는 건가?’ 싶었지만 그보다는 좌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무언의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느껴졌다. 내가 서 있던 앞 좌석에 자리가 났고, 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관심은 온통 저 멀리 계신 할아버지에게로 쏠렸다. ‘언제 내리실까?지금 내가 앉은 자리랑 서계신 자리랑 좀 먼데, 일어나서 자리 양보해드리는 동안 다른 분이 앉으면 어떡하지?음 괜히 서계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할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