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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1] 9년 간 그려온 꿈에 회의감이 들다.

미리미터 2024. 5. 1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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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정확히는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2011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11살, 초등학생 4학년이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엄마가 보는 드라마를 함께 보던 중, 

한 광고가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다.

 

스킨푸드의 광고 카피였다.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어린 나이임에도 알았다.

최고의 카피라는 것을.

(엄마에게 스킨푸드 로션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저런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굴까?


운명인가.

 

바로 그 주에 교회를 갔다가 

초등부 선생님께서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걸 들었다.

유명한 문구 한 줄을 쓰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라고 하셨다. 

(자신의 지인이 카피를 써서 돈을 얼마 벌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였다)

 

돈.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일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글 한 줄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

카피를 쓰는 일이 마법처럼 느껴졌다.

 

그후로, 누군가 꿈을 묻는다면

'카피라이터'라고 답했다. 

 

그렇게 고3 대학 입시까지.

대학도 '광고홍보학과'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딱 두 가지만 지원했다. 

카피라이터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운이 좋아 첫 입시에 바로 합격했다.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0학번이 됐다. 

입학 후엔 그토록 바라던 광고 동아리에 들어갔다.

 

꿈에 바라던 것인데 회의감이 들었다. 

 

이상했다. 

그토록 바라던 일.

광고 기획안을 작성하는 것도 즐거웠다. 

 

하지만 이 기분 나쁜 회의감은 결국 꿈을 삼켜 버렸다.

 

처음 꿈꾸게 된 이유는 잊은 채,

9년 간의 꿈이 그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만 느껴졌다.


길을 잃었다. 

카피라이터가 아니면 안 됐는데.

 

1차 진로 방황의 시기였다. 

 

고민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다가 쉽게 생각해봤다. 

 

식당 가는 길을 잃으면 다시 목적지를 설정하면 되고.

그곳으로 가는 길이 멀다고 해도 

들꽃과 주변 경치를 둘러보며 걸어간다면 된다.

그러다가 끌리는 다른 식당이 있으면 그곳으로 가도 된다. 

 

'식당'은 '진로'이고 

들꽃과 경치는 '다양한 경험'이다.

 

길을 잃은 김에 이것저것 해보며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아보고자 했다.

 

대학에 들어오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세상은 넓었다. 

 

그래서 '아예 다른 분야를 공부해볼까?' 하는 호기심으로 

무작정 컴퓨터 동아리에 들어갔다. 

 

문이과 이중생활의 시작이었다. 

 

 


다음이야기: 문이과 이중생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찾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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